2021년 1월 11일 월요일

엘리트세습

 엘리트세습



2020년은 정말 많은 책을 읽은 해다. 모든 책의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틈틈히 읽었고 독서모임 2개를 병행했다. 12월에 읽은 책 중 <진실의 흑역사>는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고, 짐로저스의 <돈의 미래>는 너무 별로여서 실망했고, 제일 기대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너무 별로여서 실망했다.

#마이클샌델 #공정하다는착각

사실 제일 유명한 두 저자의 책에 실망했는데, 특히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특히 더 그러했다. 능력주의에 대한 신봉이 깔려있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하며,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폐해는 생각해볼만한 이슈다.

#능력주의가모두에게같은기회를제공하지않는다

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능력주의적 "오만" 즉 성공한 사람들은 우연이나 타고난 행운보다는 자신의 노력 덕분에 성공을 쟁취했다는 오만으로 가득차있고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사실 수긍하기 힘들었다. 나 또한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일리있는 말 능력주의가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태생과 교육부터 시작이 다르다는 점은 모두 동의한다. 그런 이유로 요즘 20대들은 "공정성"에 더욱 민감해졌고, 조국 사태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300페이지가 넘도록 비판하지만 어떠한 솔루션도 제시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어려운 문제니까 그럴테지만 약간 맥이 빠지는 부분이다. 그냥 능력주의적 오만을 내려놓고 같이 공동선을 추구하면 된다는 말인가.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주의에 최적화된 사회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대부분 변호사 출신의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집합체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공동선을 위해 애써줄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개인이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기본적인 욕망에 근거해서 정치도 하는 것이겠지. (너무 비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들의 행태를 보면 '공동선'에 대한 이념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쯤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소개해준 meritocracy trap이 생각나서 이 책을 추가로 읽게 되었다.

#조승연의탐구생활 #meritocracytrap #꼭한번보세요

조승연은 원서로 읽었지만, 나는 그런 깜냥이 안되서 번역본 <엘리트 세습>을 읽었다. 이 책도 45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엘리트세습 #대니얼마코비츠

우선 이 책은 내용이 <공정하다는 착각>보다는 좋았다. 이 책도 같은 논지를 가지고 있지만 결은 다르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노동에서 자본으로의 소득 이전 때문이라기보다는 중산층 직업에서 상위 직업으로의 소득 이전 때문이다.

p.61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 대학 졸업자들이 최고 직업을 독점하는 동시에 초고숙련 근로자가 유리한 신기술을 고안하여 최고 직업은 더 훌륭해지고 나머지 직업은 더 열악해진다고 이야기 한다. 즉 예전에는 수많은 대출 심사 담당자들이 해야할 일을 경영진이 AI기술을 도입하면 필요한 중간관리자의 숫자는 줄게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혁신은 점점 더 초고숙련 근로자에게 부를 안기는 반면, 중간관리자는 없어지게 될테니 기술의 명암이기도 하다.

나 또한 기술 혁신을 마주하고 있는 근로자로서 결국 초고숙련 근로자가 될 것이냐, 아니면 필요없는 중간관리자가 될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운이 좋게도 우리 세대에 기술 혁신이 더디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문제 없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버거킹, 롯데리아만 가서 보더라도 우리는 이제 키오스크에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회사 앞 새로 생긴 저렴한 커피숍에서 이제는 키오스크 주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앱으로 도착하기 3분전부터 주문하면서 커피를 바로 픽업해가는 편리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 #중산층의해체 #경제불평등의심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서웠던 점은 바로 그것이다. 기술혁신은 중산층이 해체되고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고, 나에게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정확하게는 나의 노동이 지금과 같은 값어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체감하게 되었다. 기술혁신에 맞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무엇을 더 배우고 대비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한다.

이 책이 <공정하다는 착각>과 다른 점은 능력주의의 선봉에 있는 사람들도 꽤나 피곤하게 살고 있고, 자신의 노동을 더욱 착취하여 그 소득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점이었다.

능력주의가 유발하는 불평등은 부유층의 자유로운 소비를 가능하게 할지는 몰라도 그들을 생산에 종속시킨다. (중략)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는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자신의 인격을 망가뜨리는 대가로 막대한 근로소득을 얻는다.

p.104

과거 부유층은 자기 시간이 많았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소는 누가 키우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들이 자기자신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법무법인, 컨설팅 기업, 투자은행 등의 고위 근로자는 자기 착취를 통해, 자기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인다. 그들도 즐길 시간이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한다. 마치 한번 시작한 레이스에서 절대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 내쫓기 전까지는 그 레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부분에서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자기의 능력을 인정받음에 도취되어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소득과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어쨌든 자아실현의 욕구는 이루게 된게 아닐지 모르겠다. 아마 레이스를 멈출때까지 도취된지 모르고 달리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삶의 여유가, 시간의 여유가 없다 한들 그것을 멈출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도 자식이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 열심히 자식 교육에 투자하는 학부모일 것이기 때문에, 즉 또다른 세습 때문이다.

교육이 대부분 유상으로 제공되는 반면에 학생들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인적 자본의 상속은 사실상 증여세와 상속세에서 면제된다.

p.270

#엘리트세습 #인적자본의상속

지금은 자식에게 토지나 아파트와 같은 물적자본 상속보다는(물론 있으면 하겠지만), 그들이 올바르게 커서 스스로 부를 창출할 수 있게끔 인적자본을 만드는데에 모든 부모가 투자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다. 다만 지금은 자녀교육의 투자에 있어서 소득불평등의 차이만큼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이 책을 읽고 자식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유아일때 몬테소리, 책전집을 들이는 엄마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영유아일때 투자가 사실 가성비는 제일 좋다. 그러나 그 "투자"라는 것이 영유아일 때에는 보이지 않고, 돈이 꽤나 많이 들기 때문에 중산층에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제 자식도 교육과 사는 환경에 따라 메이드된다. 옛날에는 열심히 하면 다 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그러한 내용이 꽤 나온다.

능력주의는 귀족의 정치와 경제 형태가 현대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이런 현대 세계에서는 명성, 부, 권력이 토지가 아니라 기량에서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기량이란 자유 근로자의 인적 자본이다.

p.451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능력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나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결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서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최고 명문 학교와 대학에서라도 입시경쟁이 완화되어야 하고 개방되어야 한다던가, 엘리트 근로자에게 집중된 생산이 중산층에게 골고루 분산되어야 한다던가. 그러나 이것은 결국 가진자에게 좀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다. 다 같이 잘살자며 80년대 새마을운동 할 때나 먹힐 수 있는 그런 대안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난 후 내 생각은 소득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은 더 많아질 것 같다. 아마도 더욱 자식의 인적자본 상속에 신경쓸 것이고, 사교육은 더 심화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것일까. 과연 누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있을지, 우리는 이러한 사회에서 어떠한 여유를 갖고 경제적 활동을 하고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어보려고 집어들었다면, 그 책 말고 <엘리트 세습>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능력주의 시대에 대한 고찰과 현상이 잘 드러나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출처] 엘리트세습|작성자 뽈뽈래빗


출처:뽈뽈레빗 블로그

원문:https://blog.naver.com/dressing00/22220161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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