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공사 멈춘 강남의 주상복합… 공기 지연에 '빚더미'

 공사 멈춘 강남의 주상복합… 공기 지연에 '빚더미'



[그들에겐 버겁기만 한 미션… 책임준공의 '덫'] 중견 건설의 한계

부동산 침체로 자금경색이 심화되며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이 신탁사에 제공한 책임준공 확약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시공사 지위를 얻기 위해 무리한 계약 조건도 눈감고 사인했다가 부도 위기로 내몰린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의 경우 대주단으로부터 신탁계약을 강요당하기도 했는데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은 일반 신탁 대비 보수가 높아 신탁사 입장에선 이만한 효자 상품이 없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금리 인상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인건비가 폭등하며 시공사-신탁사 간의 계약 이행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시공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 상환은 물론 공사 지연에 따른 법적 손해배상책임마저 이중으로 지게 됐다. 물론 이는 계약상 시공사가 동의한 내용이다. 집값이 오를 땐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려놓고 이제 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설업체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건설업계는 전쟁과 경기침체가 불가항력 요소인 만큼 사업 참여자인 대주단과 신탁사가 리스크(위험)를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일해피트리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 신일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공사가 멈추며 현재 공매에 넘겨졌다.



지난 11월10일, 서울 서초구 '방배 신일해피트리' 아파트 공사현장. 높은 펜스로 둘러싸인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채 철근이 드러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동네 흉물이다" "강남 한복판 역세권에 내 땅도 아니지만 아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하 4층~지상 11층 1개동에 48가구 규모로 짓던 이 주상복합 건물은 시공능력평가 113위의 신일건설이 부도 직전까지 공사했다. 나홀로 단지였지만 지난해 6월 분양 때까지만 해도 지하철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이 걸어서 3분 거리인 역세권으로 관심을 모았다.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에 발목

불행이 시작된 건 올 5월 말. 신일건설은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어 6월엔 공정률 45%에서 공사가 멈췄다. 5개월 후인 11월 초 해당 현장의 부지와 건물에 대한 공매 공고가 올라왔다. 감정가는 616억원.

중견인 신일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이름을 알렸다.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 계약으로 인한 채무 인수가 도산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발생하며 공사 중단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올 4월 청약을 진행한 울산 울주군의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93가구)도 6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책준신탁 계약으로 도산에 이른 건설업체는 여럿 있다. 범현대가 정대선 사장이 창업한 HN INC(133위)와 대창건설(109위)도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75위)도 회생절차에 돌입, 존폐 기로에 섰다.

방배동 방배신일해피트리 아파트 건설현장에 붙어있는 건축허가표지판의 모습. 본래 올해 7월 준공 예정인 현장이었다.

준공기한 못 지키면 채무 눈덩이

신탁사는 개발사업, 리츠사업, 도시정비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발사업의 경우 크게 토지신탁과 비토지신탁으로 나눠진다. 토지신탁은 의뢰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수탁받아 '사업계획-자금조달-공사관리-분양이나 임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토지신탁은 자금 조달 주체에 따라 차입형과 관리형으로 나뉜다.

즉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주도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시행자가 되지만 사업비 조달을 위탁자나 시공사가 한다.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고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대주단은 신탁사의 신용을 담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신탁사가 책임준공 미이행시 따르는 모든 리스크(위험)를 감당할 수가 없다 보니 이를 시공사에 전가하고 협상력이 약한 중견·중소건설업체 입장에선 불리한 계약조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공사가 1차 책임준공 확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PF 대출 원리금을 신탁사와 공동으로 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해 대주단에 발생한 손해액 전체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기재된 신탁계약도 발견된다.

신일건설이 시공한 돈암동 돈암신일해피트리 아파트의 모습.

'무조건 준공 보장' 특약 독소조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토지신탁 수탁액은 2017년 56조원에서 지난해 101조5000억원으로 1.8배 뛰었다. 책준신탁 비중은 8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2021년 부동산 경기 호황 당시에 책준신탁을 통한 개발사업이 다수 추진됨에 따라 앞으로 건설업체 도산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련업계 전망이다. 2021년 하반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침체가 가시화되고 미분양 증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 인건비 상승, 노조 파업 등으로 PF 사업 전반에 부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책준신탁의 경우 미준공과 미분양 리스크에 둘 다 노출되는 차입형 대비 위험 수준이 낮다 보니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수주가 이뤄졌다"며 "개별 건설업체 부도 등의 상황에서 신탁사 대응에 문제가 없지만 건설업 전반에 부실 위험이 커질 경우 신탁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책준신탁으로 인한 중견·중소 건설업체의 줄도산을 막으려면 정부가 종전 사업약정 개정에 개입해야 한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전 금융권이 참여한 'PF 대주단 협약' 프로그램을 구성해 책준신탁의 책임준공 기간을 연장하고 1차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해도 채무를 유예하는 등의 지원 방안에 동의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계가 주장한 시공사의 책임 범위 축소는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고 대주단 구성원 일부가 비제도권인 대부업체 등으로 동의에 비협조적이다.

앞으로 신탁약정에서 불공정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에 따라 계약 상대방에 현저하게 불리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계약 내용은 무효임에도 책준신탁에서 무조건적 책임준공 의무 등 불합리한 조항이 특약으로 존재한다"며 "이는 개발사업의 위험이 시공사에만 집중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네이버부동산

원문:https://n.news.naver.com/article/417/0000963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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