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
"27년 전 한국을 찾은 적이 있어요.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절로 기억하는데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하던 1985년 한국의 부패한 정치를 취재하기 위해 왔죠. 한국을 전혀 모르는 다른 미국인들과는 다르다고 봐야지요."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만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이다. 그는 "`1998년 대우를 방문해 대우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지했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잘 모르면서 한국에서의 협상에 대해 어떻게 확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을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표정에서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믿음을 얻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책 속 이야기를 실천하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협상을 전공으로 하는 다이아몬드 교수는 "협상이란 모든 사람이 매일 같이 반복하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본인에게 있어서 협상이란.
▶많은 한국 사람은 협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 협상을 비즈니스맨들이나 외교인사들만 하는 무슨 중대한 일이라고 착각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가 말하는 협상이란 매일 일어나는 일상생활이다. 여행을 가든 쇼핑을 하든 심지어 부모와 대화를 할 때도 모두 협상이 이뤄진다. 모두가 언제나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상생활 속 협상에서 질 수 없지 않은가.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은 그냥 나온 책이 아니다. 20년 동안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45개국에서 연구를 했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를 떠나 전반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매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협상이다.
-예전에 호라시오 팔카오 인시아드 교수와 `가치 협상`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본인이 강조하는 가치와 어떻게 다른가.
▶나는 나 외의 다른 `가치 협상`에 반대한다. 내가 말하는 가치 협상은 일반적인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협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때 무조건 논리에 중점을 둔다. 나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않다. 오히려 감정적이다. `가치 창조`라는 이론은 너무 좁다.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어떤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내 이론과 정반대되는 논리다. 나는 상대방의 전체적인 삶에 가치를 둔다. 나의 방법을 알려주면 나는 전혀 새로운 곳에서 누군가와 처음 만나서 협상을 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이렇게 묻는다. `어디서 태어났어요`라고 말이다. 협상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연다. 그럼 상대방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맞장구를 쳐주면서 나는 작은 디테일을 기억한다. 나는 상대방의 믿음을 얻게 되고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그에게 잘 통할지 알아차린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스포츠를 즐기는지, 바이올린이나 다른 악기를 할 줄 아는지 등 사소한 것을 잘 기억하고 상대방과 마치 오랜 친구처럼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가치다.
-협상에 있어서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얻는 것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 비즈니스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에덜먼 신뢰 바로미터(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대한민국 비즈니스 내 신뢰도가 작년에 비해 45% 떨어졌다고 한다. 신뢰가 없는 비즈니스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즈니스가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비즈니스도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나는 그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다. 잘 못 믿겠거든 그것을 표현하라. 나는 가끔 있는 그대로 말한다. `당신은 내게 낯선 사람이고 나는 당신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나와 거짓 없이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관계는 더욱 좋아지리라 생각됩니다. 자, 내가 당신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말이다.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속해서 묻는 것이다. `오늘 기분이 어때요` `약간 피곤해 보이네요` `무슨 일 있습니까` 등을 물어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 수많은 예를 들어주셨는데 혹시 책에 없는 다른 예를 매일경제 독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가.
▶책을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실명인 데다 진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쉽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내 제자가 경험한 책에 없는 내용을 하나 이야기하겠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4시간 동안 연착이 되자 승객들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이 승무원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제자는 승무원에게 원하는 것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던 이 청년은 승무원에게 가서 말했다. `앉아서 기다리는 우리도 힘든데 4시간째 서서 여러 사람들 불만을 듣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기상 악화는 승무원이나 항공사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음 불편해하지 말고 함께 기다려요.`
특별히 꼭 해야 할 말도 아니었고 내 제자가 무엇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했다. 기상이 호전돼 비행기가 뜨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한 승무원이 나와 내 제자에게 봉투를 건넸다. 600달러짜리 항공권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 않다.
-질문하는 것,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강조한다. 한국 문화에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묵고 있다. 출판사 측에서 거기를 잡아줬다. 그런데 내 방이 내겐 너무 더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프런트로 내려가 `당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내 방은 너무 덥다. 나는 미국에서 먼 걸음을 했는데 방이 너무 더워 충분히 쉴 수 없다. 어떤 조치를 취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것저것 두드려 보더니 나는 곧 보통 룸에서 스위트 룸으로 옮겨졌다. `너무 신경써 줘서 고맙다`라고 표현한 뒤 스위트로 올라갔다. 그런데 방이 또 더운 게 아닌가. 나는 다시 내려갔다. `자꾸만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리츠칼튼 호텔 체인은 꽤 멋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방이 더워서 이야기를 한 것이었는데 스위트룸도 아직 내겐 너무 덥다. 미안하지만 덥지 않은 방이 있으면 그곳으로 옮겨 달라`고 말했다. 나는 곧 디럭스 스위트 룸으로 옮겨졌고, 리치칼튼 측은 자신들이 고객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생각에 즐거워했고 당연히 나도 즐거웠다.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국 문화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미국이라면 `당신이 나보다 권력이 많다고 내 엉덩이를 걷어차지는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할 것을 한국에선 `당신이 이뤄낸 성공에 존경을 표합니다`라고 다르게 표현할 것이다. 표현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하기 30초 전에 같은 말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생각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내 협상법은 잘 통하리라고 믿는다.
-비즈니스나 다른 거래를 할 때 하는 협상 이외 어떤 협상이 있을까.
▶나에게 열 살짜리 아들이 있다. 알렉산더라는 이 꼬맹이가 태어날 때부터 나는 아이와 협상을 했다.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했다. 처음에 알렉산더는 피아노를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 연습을 1분 할 때마다 만화를 1분 볼 수 있게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원하는 만화영화를 다 보려면 그 시간만큼 피아노 연습을 해야 했다. 많은 부모는 아이들이 텔레비전 시청을 하겠다고 말하면 강압적으로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래를 좋아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과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거래하는 것은 아이 정서에도 아주 좋다. 알렉산더는 여섯 살이 되자 만화를 잘 안 보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피아노는 좋아한다. 비즈니스든 쇼핑이든 친구와의 관계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든 협상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하게 될 것이다.
-1998년 한국 방문 이유는 대우였다. 흥미로운 경험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 1998년 대우에서 중간관리자 워크숍을 부탁했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원이나 최고경영자의 의지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았으며 회사의 목표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중간관리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때 나는 대우가 곧 없어질 것 같다는 직감을 했다. 나는 최고경영자에게 가서 "당신의 열정과 목표를 워크숍에 참여했던 중간관리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우의 미래가 매우 염려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문제는 인지 가능했지만 해결책을 준비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아마 내가 지금만큼 노련했다면 당시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후에야 난 진정한 전문가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워크숍은 진행했지만 대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 매일경제 독자들에게…모든 것은 사람이다
-매일경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집중하면 완벽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은 필요한 것이 비슷하다. 국가별ㆍ인종별로 다르지 않다.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던 적이 있다. 이들은 집도 없이 땅바닥에서 생활하고 옷도 걸치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가장 원한다. 그리고 집이 있었으면 좋겠고 넉넉한 식량이 있었으면 좋겠다`가 그들의 얘기였다. 의료시스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술 등을 사용하는 원주민에게서 들은 답은 충격적이었지만 결국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도 자신만을 알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상적인 협상에서 항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He is…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 있는 기자로 뉴욕타임스에서 일했다. 하지만 컨설턴트와 변호사로 자신의 직업을 바꾸면서 협상전문가로 부상했다. JP모건체이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을 컨설팅했고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도 협상에 대해 조언했다. 현재는 13년 연속 와튼스쿨 내 최고 인기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업 컨설팅도 함께하고 있다.
원문:http://mba.mk.co.kr/view.php?sc=51000003&cm=Hello%20CEO&year=2012&no=108193&relatedcode=&sID=300
출처:MK MBA
댓글 없음:
댓글 쓰기